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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망운면에 거주하는 장모씨(65)는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비행기가 상공에 있을 때 "우측 날개에 불이 붙어 있던 것을 봤다"고 했다.
장씨는 "평소 비행기가 우리 집 위를 자주 지나간다"며 "사고가 난 항공기는 착륙을 못 하고 한 바퀴를 빙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 하나은행 할수있어 적금 아들에게 '비행기가 바다에 착륙할 거 같다'고 말하는 찰나 활주로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근에 올 때쯤이면 착륙을 위해 비행기 바퀴가 펴진다"며 "바퀴가 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비상 상황이라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활주로 중간까지도 비행기 속도가 줄지 않더니 그대로 담벼락에 부딪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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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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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8분 거리' 마을까지 퍼진 '탄내'…"3시간 넘게 새까만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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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강모씨(52)는 사고 직후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무안국제 프랑스 자동차 회사 공항이 보이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강씨는 "오전 9시5분쯤 옥상에 올라가니 탄내가 엄청났다"며 "새까만 연기가 바람을 타고 펜션 인근으로 넘어와 3시간 넘도록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씨의 펜션과 무안국제공항은 차로 8분 거리다. 활주로는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그는 "사고 현장을 보는 순간 머릿속은 근로자대출서류 하얘지는데 눈물이 주룩 흘렀다"며 "제주가 고향이라 무안국제공항을 자주 이용하는데 비행기도 무섭지만 공항만 가도 심장이 벌렁거릴 것 같아서 한동안 고향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화염의 열기는 공항 주변에서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강씨는 "인근 식당 사장님이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할까 봐 차를 타고 쫓아갔는데 폭발할 때 너무 뜨거워서 열기가 얼굴로 느껴졌다고 했다"며 "같이 간 사모님은 놀라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정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모씨(52)의 펜션 옥상에서 보이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모습. 강씨는 "오전 9시5분쯤 옥상에 올라가니 탄내가 엄청 났다"며 "새까만 연기가 바람을 타고 펜션 인근으로 넘어와 3시간 넘도록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밤 10시42분쯤 소방당국과 경찰 등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사진=김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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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매일 아침 철새 떼" "새 수백마리, 앞 안 보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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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면 주민들은 최근 철새 떼를 자주 목격했다고 입을 모았다. 망운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고모씨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러 가면 철새 떼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여객기 사고는 관제탑에서 조류주의 경보를 내린 지 3분이 지나 발생했다. 관제탑이 조류주의 경보를 기장에게 통보하고 1분이 지나 항공기에서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요청했고 2분 후 19번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그는 "검은 새 수백 마리가 하늘을 뒤덮으면 앞이 안 보일 정도"라며 "뉴스 보기 전부터 철새가 비행기에 낀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국토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에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로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기체 후미부터 수색을 시작한 결과 이날 밤 10시06분 기준 사망자는 179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태국인이다.
무안(전남)=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무안(전남)=김선아 기자 seon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