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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승보규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01-14 00:51:32    조회: 130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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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7일 최영희(53)씨가 동생 최효석(47)씨 집을 찾았다. 최근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동생의 병세가 크게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을 준비했다. 어쩌면 오늘(17일)이 동생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같이 보내기로 했다.


ⓒ 옥천신문




"저는요, 아직 장애인 채용 도 '우리 누나 왔어?'라며 환하게 반겨주는 동생이 눈에 아른거려요."

누나 영희(53)씨는 동생 효석(47)씨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효석씨는 반응이 없다. 눈꺼풀은 닫혀 있었고, 입술은 반쯤 말려 있었다. 자는 건지, 기력이 없는 건지 알 길이 없다.
효석씨는 지난해 8월 복막암 말기 판정을 신혼부부대출 받았다. 시한부다. 30대 후반부터 당뇨가 있었는데 합병증이 더 치명적이다. 망막병증으로 중증시각장애인이 됐고, 치아가 모두 빠졌다. 한창 사회생활의 꽃을 피웠을 나이에 와상환자로 집 안에 누워 지냈다.
그래도 효석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훗날 건강을 되찾을 자신의 모습을 활동지원사에게 끊임없이 늘어놨다. 부모와 사는 이원을 떠나 읍으로 동탄 아파트 전세 이사하고 싶어 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독립을 갈구했다. 앞서 신청한 금구리 LH영구임대주택 청약에도 당첨됐던 터였다. 염소를 키우는 게 돈이 된다면서 활동지원사에게 함께 키워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혈압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호흡이 어려워졌다. 지난달 17일 읍에 사는 누나 영희씨가 효석 신용보증기금 추가대출 씨를 찾았다. 영희씨는 더 이상 집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아 병원을 미리 알아봐뒀다. 어쩌면 이날이 동생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보내기로 했다.
공적 서비스로부터 외면 당하는 사이 복막암 말기 시한부 판정
2남 3녀 중 맏이인 누나 영희씨는 5남매 중 넷째인 동생을 돌보 바꿔드림론 dti 기 위해 4년 전 옥천으로 왔다. 20년 넘게 살던 시댁 제주도를 떠난 것이다.
당시 효석씨는 홀로 당뇨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합병증이 크게 도졌던 때다. 무엇보다 시력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혼자 사는 집 안에서는 벽을 짚고 다녀야 했다. 혼자서 밥을 해먹을 수도, 외출할 수도 없었다. 의사로부터 당연히 근로 능력이 없다고 판정받았지만, 첫 기초생활수급 신청에선 탈락했다. 40대 중반의 효석씨가 '아직 젊다'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효석씨에게 필요한 건 활동지원서비스였다. 지속적으로 약물 관리와 가사, 바깥 외출을 지원해줄 활동지원사가 절실했지만 활동지원급여 신청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의학적 판단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판정 기준은 효석씨의 장애 정도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 했다.
그렇게 공적 서비스로부터 외면받다 겨우 찾은 것이 자활센터 가사도움서비스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월 20시간에 불과했다. 하루 1시간도 채 안 되는 서비스 안에서 제대로 된 영양 섭취나 위생적인 가사활동을 영위하긴 힘들었다. 영희씨의 말이다.
"말 잘하고, 젊어 보이고, 평가표 안에서 시키는 대로 하니 어려움이 없어 보였던 거예요. 그래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못 받았어요. 겨우 찾은 게 자활센터 가사도우미 지원서비스인데 월 20시간밖에 안 됐어요. 집에 반찬을 만들어 놔도 보이지 않으니 못 찾아 먹을 때가 많았어요. 그냥 굶을 때가 많았죠. 이때라도 활동지원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받았으면 동생의 상태가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거예요."
결국 효석씨는 시력 저하 등 합병증이 가속화돼 지난 5월 중증장애로 판정받았다. 그제서야 활동지원급여가 월 90시간 지급됐다. 하지만 이미 병세는 벼랑 끝에 선 상태. 7월 중순부터 배에 복수가 차기 시작해 복막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전신이 쇠약해졌고 침상 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재평가를 통해 활동지원급여는 390시간으로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간신히 얻어낸 활동지원서비스마저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장애인복지관으로부터 제공 받은 활동지원서비스는 '기저귀 교체는 어렵다'는 조건이 붙었다. 활동지원사가 기저귀 교체를 하기 어려워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전 정보가 없고, 활동지원 서비스 자체가 절실했던 효석씨 부모와 누나는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뒤늦게 부당함을 인지하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장 바뀌는 것은 없었다. 스스로 대소변 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려는 효석씨를 볼 때마다 영희씨의 마음은 찢어졌다.

1년 반 만의 외출 도운 활동지원사, 드디어 맞은 볕










▲  효석씨가 1년 반 만에 집 밖을 나섰다. 찬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햇볕을 맡고 있다. 효석씨가 그토록 바라던 외출은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인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활동지원사가 도왔다. (사진제공IL센터)


ⓒ 옥천신문




어느 날 효석씨의 방에 볕이 들었다. 지난해 9월부터 효석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효석씨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활동지원서비스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욕구 조사였다. 효석씨는 '외출'이라 답했고, 센터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센터는 와상환자인 효석씨에 맞는 전동휠체어부터 구했다. 직원들과 활동지원사는 효석씨의 집에 전동휠체어가 드나드는 경사로를 설치했다. 수시로 뒤바뀌는 효석씨의 컨디션에 미리 세운 외출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5일 효석씨는 털모자와 두꺼운 조끼를 입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집밖을 나왔다. 집에서 고작 몇 발자국 나온 정도지만, 두 눈을 감고 순간을 만끽했다. 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햇볕이 효석씨를 정면으로 내리쬈다. 효석씨는 아무말이 없었다. 병원 치료 외 집을 나선 건 1년 반 만이었다.
이후 효석씨는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달 주최한 '자립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효석씨는 치아가 없어 자신이 과연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씹고 뱉어도 되니 마음껏 여러 음식 맛이라도 느껴라'라는 활동지원사의 말에 용기를 냈다.
"삼촌(효석씨)이 그날 뷔페 가서 엄청 많이 드셨어요. 뱉어도 괜찮으니까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게 했거든요. 시한부다 보니 먹어야 하는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음식 가리는 것보다 먹고 싶어하는 걸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건강할 때 맛집을 많이 다녔는지, 영동 황간 어느 식당의 올갱이국이 먹고 싶다, 영동 양산에 있는 식당의 생선국수가 먹고 싶다 등 원하는 음식도 꽤 구체적이에요." - 활동지원사 안소라씨
안소라씨는 효석씨가 먹고 싶은 음식을 어떻게든 구해오는 편이다. 국화빵이 먹고 싶다는 말에 안소라씨는 그 자리에서 영동 맘카페에 가입했다. 옥천은 오일장 말고 국화빵을 파는 곳이 없어 영동을 수소문해 다녀온 것이다.
효석씨가 옥천읍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했던 이유 중 하나가 활동지원서비스였다. 지금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누리는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해서였다. 면일수록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줄어든다.
동생 시한부 늦추려 사활 건 누나
이 모든 과정에 누나 영희씨가 있었다. 농사일에 바쁜 고령의 부모 대신 영희씨가 효석씨의 주보호자로 나섰다. 일상의 돌봄뿐만 아니라 장애 등록, 병원 치료 및 입퇴원, 활동지원급여 신청, 기초생활수급 신청 등 중요한 일들까지 오롯이 누나 손을 거쳤다.
영희씨는 효석씨가 어렸을 적 유독 자신을 잘 따랐다고 했다. 제주도로 시집을 간 누나가 걱정돼 매일 같이 안부를 묻고 누나에게 용돈도 쥐어줄줄 아는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에게 유독 애정이 깊어 영희씨는 지금껏 동생의 침상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를 떠나 옥천으로 와서 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이라면 가리지 않았어요. 참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는데, 왜 자꾸 놓친 부분들만 보일까요.
제가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알았더라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했을 텐데', '동생의 병세를 조금 더 늦출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들이요. 또 저도 사람인지라 야근하고 왔는데 동생이 조금 짜증을 내면 저도 순간 화를 내고 할 때도 있었어요. 구박도 줬고요. 동생을 보면 자꾸 그런 미안함이 남는데 어떻게 하죠." - 누나 영희씨
그간 잠에 들었던 건지 누나의 고해성사에 효석씨가 잠에서 깼다. 영희씨는 효석씨의 눈곱을 떼고 입을 닦았다. 활동지원사가 사다 준 딸기를 먹였지만, 효석씨는 끝내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호흡은 불안정했고, 감정은 매우 예민했다.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른다는 누나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효석씨는 밤사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병실에서 지냈다. 그리고 2024년 12월 20일,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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