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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승보규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01-17 00:38:20    조회: 141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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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자신의 내 병원비라든가 컸던 세잔 치마김승환 셰프가 만든 ‘꽃멸치 소면’. 박미향 기자


애통한 한해가 지났지만, 가슴은 여전히 먹먹하다. 새해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가 인다. 따끈한 위로 한 그릇이 필요한 때다. 한국인이라면 추억 한 자락은 있는 음식이 있다. 국수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먹거리다. 늦은 밤 포장마차 국수를 나눠 먹었던 연인, 기쁜 날마다 밀대로 면을 뽑았던 어머니, 얼큰한 취기를 단박에 쫓아내는 해장 국수 마니아 아버지 등 누군가가 먹은 셀 수 없는 ‘국수’가 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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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제주에서 만난 ‘국수’도 타인의 추억이 되고도 남아 보였다. 은근한 맛의 조화가 견인 인천창업자금지원 차 노릇을 하는 국수였다. 만든 이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에 있는 일식당 ‘메르&테르’를 진두지휘하는 김승환(38) 셰프. 김 셰프가 만든 국수 ‘꽃멸치 소면’은 제주 바다에서만 잡히는 ‘꽃멸치’로 만든다고 그가 말했다. “가운데 은색 줄이 있고 몸이 투명합니다. 고소하고 비린내가 없어 맛있지요.” ‘꽃멸치’는 제주 사람이 청어과 어종 ‘샛줄면’을 명절 상여금 부르는 이름이다. 멸치를 닮았지만, 멸치는 아니다. 봄이 제철인 샛줄면은 몇 달만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신묘한 어종이다. 그만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김승환 셰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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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셰프가 만든 ‘꽃멸치 소면’. 박미향 기자


김 셰프는 봄에 대량 구매해 1년 내내 보관하며 쓴다고 했다. “제주 태생 요리사가 아니었다면, 저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은 구하기 어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새벽에 조업 나가 만선이 되어 돌아 농협신용대출이자 오는 어선들이 제일 먼저 찾는 이가 그다. 신선할 수밖에 없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요리사다운 ‘실력’이다. 매년 ‘최남단방어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인근이 그의 고향이다.
‘꽃멸치 소면’에는 대략 7~8㎝ 정도 크기의 샛줄면 한 마리가 들어간다. 샛줄면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위에서 하늘하늘 춤추는 모양새다. 이 국수 sc캐피탈 의 첫인상이 봄날 훈풍에 흔들리는 벚꽃 같은 이유다. 국물은 연인의 온기 같다. 안온한 안심이 찾아든다. 요즘 인기 급상승 중인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tvN)의 남주인공 유은호(이준혁)가 여주인공 강지윤(한지민)을 바라보는 눈길과 같은 온기다.



김승환 셰프가 만든 ‘꽃멸치 소면’. 박미향 기자


이 국수의 희한한 점은 국물과 면을 먹으면 샛줄면의 속삭임이 들린다는 점.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국수 맛이 뭔지 알려주마”라고 말이다. 뜨스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몸 안으로 사르르 내려갈 때마다 들리는 듯하다. 올해 라이프 트렌드 맨 앞줄에도 ‘꽃멸치 소면’이 있는 듯하다. 무해한 ‘꽃멸치 소면’. 무해한 대상을 찾는 이가 많아지는 한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다. 국수 먹는 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맛이다. 위로한다. 보드라운 면과 대비되는 색줄면 식감도 별미다. 통째로 튀겨 바삭하다. 생선의 식감은 기억을 소환할 열쇠가 된다.



김승환 셰프가 만든 ‘제주 성게 요리’. 박미향 기자





유자껍질과 오크라 등을 활용해 만든 제주 돌문어 요리. 박미향 기자





은갈치 요리. 박미향 기자


김 셰프는 제주 식재료를 보존하고, 알리고, 발전시키고 싶은 게 소망이다. 사명감이라고 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고 (요리) 공부도 했으니, 제주 해산물이나 채소는 다 꿰고 있습니다. 어느 때 나오는 게 가장 맛있는지도 알죠. 제주 출신이라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식재료 판매처) 분도 많아요.” 웃으며 그가 말했다. 제주 농부들이 뭉쳐 만든 ‘올바른농부장’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자신과 협업이 잘 된다고도 했다. “필요한 채소가 있으면 씨를 구해다 드려요. 그럼 재배해주시죠. 감사한 일입니다.”
그가 자랑하는 메뉴는 또 있다. 제주산 고등어로 만든 먹거리다. “고등어는 만만해 보이는데, 신선한 생물로 먹기 쉽지 않은 예민한 생선입니다.” 그가 만들어 낸 특별한 고등어 요리는 ‘고등어다타키’다. 다타키는 생선의 겉만 익히는 일식 조리 기술을 말한다. 그는 ‘고등어다타키’를 개발하기 위해 조리 실험을 수백번을 했다. 소금에 절였다가, 식초를 썼다가, 대파나 레몬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고등어 크기를 달리해 조리해봤다. 기발한 아이디로 맛 실험을 했다. 연구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노력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긍심을 자산으로 만들어 준다. “고등어 요리는 제가 좀 잘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단 이 메뉴 이외에도 그가 차리는 밥상에 오르는 재료 대부분은 제주산이다. “70%가 제주산인데요, 점점 제주에서 나는 게 줄어들어 안타깝습니다. ‘해수성게’도 점점 줄고 있죠.” ‘해수성게’는 제주 해녀가 채취한 성게를 제주도민들이 부르는 명칭이다.
봄 제주 바다엔 샛줄멸이, 초여름엔 한치가, 여름에 성게가 잡힌다. 겨울엔 방어축제를 한다. 제주의 사계절은 바다에서 온다.



귤껍질을 활용한 옥돔술찜. 박미향 기자





얇게 썰기 전 ‘고등어다타키’. 박미향 기자





김승환 셰프가 만든 ‘고등어다타키’. 박미향 기자


그도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 요리사들처럼 유명해질 수도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해 경력을 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학 때 서울 특급 호텔에서 실습한 적 있는데, 서울생활은 힘들었고, 실력 키우는 데 제주도 충분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주만큼 좋은 식재료가 많은 곳은 없지요.”(웃음) 제주에 있는 특급 호텔 몇 곳과 제주 대표 스시 명가 ‘스시호시카이’ 등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았다. 실속 없이 그럴싸한 대도시 경력을 이름 석 자에 달기보다는 차곡차곡 ‘진짜 실력’을 키우는 게 맞는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겉바속촉’ 장어 요리. 박미향 기자





참치초밥. 박미향 기자





‘겉바속촉’ 장어 요리로 만든 초밥. 박미향 기자


‘메르&테르’는 경력 14년 차 김 셰프가 맡으면서 ‘제주’색이 강한 독특한 레스토랑이 됐다. 제주를 지키겠다는 김 셰프의 결기가 일식 맛에 특별함을 부여했다. 그가 차린 밥상은 일식이란 외피를 입은 ‘제주 밥상’이다. 건조한 김을 믹서에 갈아 활용한 방어회, 귤껍질을 이용한 옥돔술찜, 다진 오크라와 유자 껍질이 어우러진 제주 돌문어, 무를 만난 제주 은갈치 등 제주의 솔(영혼)이 새겨진 먹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전갱이, 무늬오징어, 황돔, 성게, 고사리, 유정란 등 재료 대부분이 제주산이다. 특히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 장어 요리는 별미다.
그가 빚어낸 음식은 맛의 변주와 반전을 오가며 대도시 요리사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조리 테크닉을 구현했다. 빛나는 ‘열공’의 결과다.



전복내장 소스가 곁들어진 전복·감태 요리. 박미향 기자


그는 어릴 때 방파제에서 다이빙하고 작살로 생선을 잡았다. 감자를 서리해 얼굴이 숯검정이 되도록 구워 먹었다. 푸른 제주에 풍덩 들어가 옥돔이나 갈치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제주의 모든 자연이 그의 밥상이었다. 신선한 성게에 참기름 뿌리고 채를 썬 오이를 넣어 비벼 먹은 한 그릇은 지금도 그의 뇌리에 또렷하다. 그 포근한 기억이 지금의 그를 지탱하게 한다. 그도 자신을 지키려는 누군가의 추억을 매일 만들고 싶다.

박미향의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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