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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승보규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02-25 21:38:58    조회: 73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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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한 은행이 입주한 건물. 책 ‘덕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서점 ‘블루도어북스’는 건물 1층의 중앙 출입구로는 닿을 수 없다. 건물을 빙 둘러 돌아간 뒤에야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지하 1층. 출입문에는 ‘엑시트 투 블루도어북스(exit to bluedoorbooks)’라고 적혀 있다. 입구라기보다 새로운 세계로의 출구라는 느낌을 주는 문이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향긋한 차와 커피의 향기,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요양기관 않은 은근한 조명 속 잔잔한, 가사 없는 연주곡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미리 예약금을 내고 입장권을 끊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서점의 최대 정원은 8명. 예약된 2시간의 이용시간 동안 국내외 소설과 시집, 그림책은 물론 건축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주인장의 손때 묻은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서점 구석구석에 있는 QR코드를 비추면 서점의 작은 역사가 대출금 글과 사진으로 나타난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 독자들은 어느새 ‘나만의 공간’이라는 포근함을 품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는 독서율 속에서 동네 서점들은 고즈넉한 공간과 ‘환대’의 분위기를 앞세운 새로운 전략으로 ‘동네서점 3.0’ 시대를 열고 있다. 대형 서점에 비해 소장 도서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동네 서점들이 처음 취했던 한국장학재단 전환대출 자격 전략은 특색있는 큐레이션. 주인장이 직접 선정한 책들로 매대를 꾸려 발길을 붙잡았다. 그다음엔 북토크, 독서모임 등의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이 더 오랜 시간 서점에 머무르도록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일부 동네서점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 ‘공간’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수익을 발굴하려는 서점들의 가장 최근의 실험”이 간이사업 라며 “책과 독자로만 구성돼 온전한 몰입의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들에 독자가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을 환대하는 느낌으로 가득한 블루도어북스에서 주인장은 손님들의 찻잔과 물잔을 살피며 수시로 채워준다. 블루도어북스 제공


급여압류가능금액 모르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단둘이서, 혹은 혼자서 오롯이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서점도 있다.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끝자락에 있는 ‘피프티북스’다. 이곳은 단 50권의 책만 큐레이션하는 무인서점이다. 책과 함께 방문자의 기분과 독서 의도에 맞춰 ‘마음 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전송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연남동 골목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언덕배기에는 어느덧 만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학서점 ‘고요서사’가 있다. 최근에는 책 창고로 사용되던 책방의 가장 안쪽 공간을 ‘숨어 읽기 좋은 방’으로 탈바꿈시켜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식 난방 테이블인 ‘고타쓰’에 귤 까먹는 재미까지. 시끄러운 바깥세상을 피해 숨어든 독자에게 완벽한 안전함을 제공하는 이 공간은 책방 주인이 직접 소장한 500권의 책으로 가득하다. 판매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은 옷을 갈아입은 한강 작가의 ‘흰’이 초판 그대로 출판사 난다의 옷을 입고 있고,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도 출판사 민음사에서 발행했던 초판본으로 준비돼 있어 특별하다. 내 취향의 책을 찾아 마음껏 뒤적거려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 없다. 심지어 주인장은 방문하자마자 휴대전화,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맡겨놓을 것을 권유한다.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는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감각이 생경하다던 손님들이 20분만 지나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며 “이제는 손님들이 먼저 휴대전화를 내민다”고 말했다.
세 책방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방문자들의 흔적을 남겨둘 수 있다는 것. 블루도어북스의 가장 깊숙한 안쪽 공간에는 다녀간 사람들이 적은 글귀가 모여 벌써 여러 권의 일기장이 됐다. 사람들은 그곳에 자신이 슬프거나 기뻤던 이유, 오늘 읽은 책이 좋았던 점 등을 자유롭게 남긴다. 이는 피프티북스와 고요서사도 마찬가지. 블루도어북스 같은 동네서점을 찾는 이유에 대해 임혜지(29) 씨는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서로 은근한 연결의 감각이 느껴져 동네서점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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