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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승보규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03-14 07:14:16    조회: 4회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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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투입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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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7광구>라는 영화가 있다. 상업적으로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가정 하나로 시작한다. 만약 우리나라 심해 속에도 석유가 있다면? 영화는 sc은행 이 질문을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 만약 그 석유를 먹고 자란 괴물이 있다면? 석유시추선에서 일하는 등장인물들이 깊은 심해에 석유를 먹고 자란 괴물을 마주하고, 그 괴물과 대결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한 영화의 줄거리이다.

화염방사기를 맞고도 죽지 않는 괴물, 끝까지 집요하게 등장인물들을 추격하는 괴물, 그리고 그 괴물 저축은행 수탁법인 을 만든 인간의 욕심. 감독은 이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두려움을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은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다. 한 명의 생존자 이외 모든 등장인물이 죽은 이후에도 석유 시추가 진행되었다는 사실.
이 모든 일이 그저 영화였다면 우리는 영화가 끝난 후 시원하게 영화관을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 서울 SBI 저축은행 정기적금 대한민국에서 석유라니, 참 재미있구먼"하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7광구>가 개봉한 지 십여 년이 지난 이후, 영화의 플롯이 변형되어 세상에서 재생되고 있다. 바로 '대왕고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산유국의 꿈을 향한 도박, 무엇을 판돈으로 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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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2024년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국정 브리핑을 통해 140억 배럴 정도의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동해에 묻혀있을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러한 추정치는 한국에서 이루어진 모든 석유 및 가스 탐사 중 최대 규모였고, 윤 대통령의 발표는 즉시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만약'이라는 말이 붙은 수많은 낙관적인 가정들이 조금씩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석유와 가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석유를 통해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꿈도 조금씩 부풀었다.

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 이후, 초기 탐사 시추 사업에 매겨졌던 497억 원의 예산은 국회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탐사 시추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국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1차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이때 들어간 돈은 약 1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투입된 1000억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는, 최근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9억 원 부족으로 문을 닫을 뻔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월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차 탐사 시추 결과를 발표했다. 한 줄로 요약한다면 "경제성이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극심한 경제 위기의 여파에서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1000억 원이 사실상 공중분해 된 사실에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왕고래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외 투자 유치를 통해 석유 탐사 시추를 계속 진행할 것임을 발표했다. 여전히 '만약'이라는 산유국의 꿈이 대왕고래 사업에 붙어있다. 잘 되면 '산유국' 대한민국, 안 되면 판돈을 모두 잃는 도박 앞에 선 것처럼 말이다.
과연 우리가 이 도박판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설령 운 좋게 충분히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시추된다고 해도 그것을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아주 당연하게도 석유와 천연가스 모두 '화석연료'인 탓이다.
단기적으로, 전기 수요 급증과 지정학적 위험의 지속 등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는 현 상태의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줄 것으로 예측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미 2024년 상반기 유럽의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중국의 석유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IEA는 2050년까지 원유와 가스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각각 77%, 79%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원유와 가스가 지금처럼 높은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세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석유 가스 시추로 이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된 것에 비해, 탄소 배출이 증가함에 따른 페널티는 영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선 산업적인 면부터 그렇다.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기후 영향을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기후 공시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고,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미국의 청정경쟁법 등 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금 부과를 위한 법들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될 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오히려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이미 기존의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관광 산업 활성화로 화석연료 산업 이외의 산업을 개발하여 장기적인 국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산유국이 되어 막대한 부를 손에 넣게 된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부의 석유 가스 회사들만 막대한 부를 쌓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금과 다름없이 살아갈 확률도 높다.
비록 석유가 나지 않는 땅이지만 대한민국이 다른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부를 수도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13위 수준의 GDP를 기록하는 나라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이다. 실제로 많은 문제들은 자원의 부족이 아닌 자원의 불공정한 분배 때문에 일어난다. 빈곤과 불평등, 차별과 혐오, 소진감과 과로의 문제 등. 새로운 자원이 있으면 부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 전에, 지금 우리가 가진 자원이 제대로,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냐는 질문이 필요하다.

그 고래를 잡아야 한다? 잡을 수 없다










▲  인도양 사야드 말하 뱅크에서 잠수하는 향유고래


ⓒ ⓒ Tommy Trenchard / GP




석유, 가스 시추 사업의 이름이 '대왕고래'이지만 정작 이 프로젝트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내쫓을 것이다. 채굴 장비가 해저를 깎아내면서 생긴 흙탕물은 수 킬로미터까지 퍼져 해양 생태계를 덮고 파괴하며,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고래들의 의사소통을 막는다. 소리를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바다를 집으로 하여 해양 생태계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민감한 고래들이 시추 사업과 공존하기는 어렵다.

고래뿐만이 아니라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바다를 집과 일터로 생활하는 많은 이들을 추방하며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이 불확실한 도박판에서 승리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주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불확실한 이익일 것이지만, 우리가 잃을 것은 자연과 인간 모두의 미래일 수 있다. 그렇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속에는 진짜 고래도, 평범한 사람들도, 자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며,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마음대로 추출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자연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미래까지도 파괴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유국의 꿈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가진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다시 검토하고, 기후와 생태를 파괴하며 막연한 경제적 이득을 희망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경제와 자연을 만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연을 착취하고, 필요한 것을 추출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모두의 생존을 위해 공존을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가계 경제 회복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산유국의 꿈을 강요하며 "그 고래를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1851년에 발행된 고래 포경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모비딕>이다. 누군가 한 줄로 소설을 요약할 것을 부탁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 고래는 잡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판돈으로 삼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중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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