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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란 무엇인가: 기본 이해

비아그라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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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11살 소년 '시릴'은 보육원에서 산다. 한 달 전에 곧 데리러 오겠다며 자식을 맡긴 아빠는 이후로 감감무소식. 소년은 아빠가 자신을 곧 찾아올 거라 믿지만, 그의 바람과 현실은 정반대다. 아빠가 남긴 연락처로 아무리 전화를 해 봐도 연결은 되지 않고, 다급해진 소년은 보육원을 탈출해 아빠의 행방을 찾지만 묘연하기만 하다. 그런 실정인데도 시릴은 반드시 아빠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주변과 담을 쌓고 오직 아빠에게만 집착하지만, 그가 조금씩 깨닫게 되는 현실은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정황이다.
이제 시릴에게 남은 아빠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는 아빠가 사준 자전거뿐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자전거를 도둑맞은 줄 알고 길길이 날뛰었건만, 확인해 보니 아빠가
광고를 내 팔아먹었음을 알게 된다. 11살 소년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보육원 직원들의 말마따나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면 좋으련만 시릴은 더욱 마음의 문을 닫고 적대적으로 변해간다. 어떻게든 아빠를 만나서 확인해야 한다는 아집으로 또 탈출한 그는 숨어 있던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미용실을 하는 '사만다'와 첫
만남을 갖는다.
소년의 딱한 신세를 알게 된 그녀는 시릴의 자전거를 찾도록 도와주고, 보육원과 상의해 주말 위탁모가 되어준다. 처음엔 단지 자신을 이용해 아빠 찾아 삼만리를 꾀하는 소년이지만, 사만다는 시릴의 아빠를 수소문해 부자 상봉을 연결해준다. 하지만 결국 아빠가 아들을 버렸다는 것만 확인할 뿐이다. 불안정한 정서를 노출한 시릴은
사만다가 많은 걸 희생하며 자신을 돌봐주는 걸 알지만, 그런 믿음에 화답하기보다는 겉돌기만 한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자전거를 동네 불량 소년이 훔쳐 달아나는 걸 추격해 되찾는 과정에서 문제아 리더 '웨스'와 만나고, 그가 시릴에게 의도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하자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된다.

이런 금쪽이 어디
없습니다. 하지만?

▲ <자전거 탄 소년> 스틸

ⓒ 영화사 진진

영화 시작과 함께 주인공 소년은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아빠와 연락만 고집한다. 아이들이 맹목적으로 한 군데 집착하며 벌이는 어깃장이라지만, 보고 있자면 요즘 텔레비전에서 악명 높은 '금쪽이' 중에도 끝판왕 수준이다. 소년은 세상 모두를 불신하며 자신조차 아빠가 자식을 버렸다는 걸 인지하고도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다. 그 울분과 적개심을 몽땅 외부에다 쏟아내며 소통을 단절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태도다. 물론 아무리 애써 봐야 헛수고라는 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르덴 형제 하면 정평이 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장면으로 11살 소년의 난동이 쭉 펼쳐지는 영화 초반부는 금쪽이 만행을 선정적으로 전시하는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의 그것을 가뿐히 초월할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아이의 사정은 딱하다지만, 주변 사람들이 소년을 함부로 대한다는 징후는 영화 내내 어디에도 없다. 단 한 명, 무책임 그 자체인 아빠를 제외하고 말이다. 소년의 불안한 정서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으니 좋은 결과는 애초 기대할 수 없다. 그걸 너무 실감나게 표현해 놓으니 주인공이 너무 비호감 캐릭터다. 과연 관객은 이 소년을 동정할 수 있을까?
소년은 끊임 없이 고집을 부리며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지른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자기 딴에는 약삭빠르게 주변의 호의를 이용하는 데 도가 터 있다. 수틀리면 상대를 깨물거나 위험한 흉기를 휘두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11살 소년이라기보다는 야생의 어린 맹수를 보는 기분이다. 기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릴은 한 마리의 '짐승'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과연 누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처음엔 그저 두렵고 회피하고픈 존재에 불과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연민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년을 이렇게 만든 원인에 관해 고찰하는 탐구에 돌입하게 만든다.

기존 가족제도와 형식적 사회복지의 '두 파산'

▲ <자전거 탄 소년> 스틸

ⓒ 영화사 진진

시릴의 책임감 제로 아빠로 출연한 배우 제레미 레니에는 다르덴 형제가 발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다. 거장 반열에 오른 이후 유명 배우들도 간간이 출연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르덴 형제의 작품에는 마치 각본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 것만 같은 낯선 얼굴들이 주로 화면을 점유한다. 심지어 조연의 경우 연기 경력이 거의 부재한, 하지만 영화 속 배역과 닮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허다하다. 그런 사실주의 지향 속에서 '페르소나'란 표현에 가장 걸맞은 배우가 제레미 레니에다.

그는 감독들의 1996년 첫 극영화 <약속>에서 밀입국 알선 브로커 아빠를 돕는 소년으로 데뷔했다. 아빠의 고객(?)이던 아프리카 이민자가 단속을 피하다 사고로 죽음을 맞고, 시체를 암매장해 증거를 인멸하는 아빠와 고인의 가족을 염려하는 아들의 갈등이 딜레마로 작동하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배우는 도덕적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10년 후 배우는 감독들과 다시 만난다. 2006년 <더 차일드>다. 전작의 그 소년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하던 이들에게 영화는 스산한 기운을 전한다. 제레미 레니에는 거리에서 좀도둑질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이 되어 있다. 그와 연인 사이에서 아이가 탄생하지만, 아빠 될 준비라곤 전혀 없었던 그는 장물을 팔아치우듯 아기를 암시장에 거래한다. 연인의 충격에 당황한 나머지 다시 아이를 찾고자 하지만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2009년 <로나의 침묵>에선 요즘 국내 온라인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외국인 배우자 사기 결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서 제레미 레니에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애인이 있음에도 위장 결혼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법적 남편으로 공범이 된다. 주인공은 또 다른 계획이 있기에 그들의 인연은 곧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랑 따위는 없던 둘의 사이에서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자전거 탄 소년>에서 이제 <약속>의 그 소년은 자신과 비슷한 딜레마에 놓인 아들을, <더 차일드>에서처럼 사실상 위탁모 사만다와 보육원에 떠넘기는 선택을 저지른다. 물론 이 영화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연작은 아니지만, 다르덴 형제의 초창기 작품들을 섭렵해 온 이들에게는 그저 단순히 '배우 개그'가 아니라 한 인간의 기구한 인생 역정으로 그려질 만하다. 우리에겐 풍요로운 복지국가 완성 형태로, 인류 사회가 구현한 (비록 불충분하지만) 최선의 사회 구조로 추앙되지만, 속에 깃든 숱한 문제점, 그리고 가족 제도라는 오래된 관습으로 해결하기 힘든 숱한 난제를 이 배우의 캐릭터만으로 풀이할 수 있는 셈이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 연보를 연대기적으로 조망할 때 놓치면 안 될 부분이다.

평범한 선의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다

▲ <자전거 탄 소년> 스틸

ⓒ 영화사 진진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방치된다는 혐의는 찾기 힘들다. 무책임한 아빠가 아들을 버렸지만, 프랑스 복지제도가 그렇게 허술하지만은 않다. 보육원은 학교와 연계해 아이를 돌보고, 위탁가정과 연계해 최소한 '가족'의 품을 제공한다. 동네 분위기를 보더라도 보육원 출신에 대한 편견이 없진 않겠지만,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덜함을 느낄 수 있다.

당장 밥 굶거나 잘 곳을 찾아 방황하지 않아도 되고, 학교에 다니거나 인간적 관계가 단절되지도 않는 주인공의 상황은 외형적으로 3세계의 현실과 비교하면 궁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질적 환경이 갖춰져 있더라도 가족의 애정이 간절한 소년에게 그가 처한 현실은 수긍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영화 초반에 보이던 그의 상처 입은 짐승 같던 적대감은 과연 이 소년이 아빠와 함께 살 때는 행복했을까 의심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요즘 뒤늦게 김장하 선생이 사회적으로 화제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김장하 장학생 중 어떤 이가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장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의 어록 중 특히 많은 이들을 감동하고 일깨우는 대목이 바로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란 한 줄이다. <자전거 탄 소년> 속 사만다가 바로 그런 존재다. 그는 생면부지인 데다, 첫 인연이 악연이라 해도 무방할 악동에게 기꺼이 품을 내어주고 아무런 실익이 없는 위탁모 역할을 자처한다. 오로지 '측은지심'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동기다. 소박하지만 삶의 터전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기에 사만다가 결핍을 채우고자 어린 소년을 받아들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소년은 거듭 그 호의를 배반한다. 물고 찌르고 경제적 손해도 막심하다. 맹목적 애정을 갈망하는 시릴 탓에 사만다는 소중한 인간관계 포기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 헌신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계속 배신하는 '배은망덕' 주인공에게 질릴 법도 한데, 끝내 연민을 놓지 않고 기다려준 그녀 덕분에 소년은 갱생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 셈이다. 만약 우리네 온라인 정서처럼 '엄벌주의'로 다스렸다면 과연 주인공의 미래는 어찌 되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가정이 될 테다.
물론 맥 빠지고 지치는 일이다. 모두 예수 그리스도처럼 한쪽 뺨 맞으면 다른 뺨 내어줄 순 없다. 오히려 그런 선택을 못하기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 외침이 절절하게 스며드는 셈이다. 형식적으로 주인공이 저지른 온갖 사건을 나열하면 '촉법소년'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체적 상황을 들여다보면, 결국 사만다의 인내와 헌신이 시릴을 나쁜 길로 빠질 유혹으로부터 구원하는, 한참 돌아가야 하지만 올바른 방법이란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영화는 기성 관습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도시의 정글에서 '짐승'으로 퇴화할 위기에 처한 '촉법소년'의 미래에 놓인 선택지를 제시하고, 엄벌주의와 교화 및 갱생 가운데 사회가 취해야 할 선택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그와 함께 주인공에게 호의를 베푸는 선량한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독들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통합과 공동체 복원의 청사진을 공유하게 될 테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바로 그런 공감의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작품정보>
자전거 탄 소년Le gamin au véloThe Kid with a Bike2011｜프랑스, 벨기에｜드라마2025.04.16. (재)개봉｜87분｜12세 관람가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주연 토마스 도레, 세실 드 프랑스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2011 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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